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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zoom in] 크루즈 관광 급증 작년 한국에서만 5500명

거룩한씨 성동 2007. 10. 6. 12:12

[zoom in] 크루즈 관광 급증 작년 한국에서만 5500명

쳇바퀴 돌듯 매일 반복되는 자기 궤도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김 과장. 오늘은 정말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 부장의 지시도 전혀 들리지 않고, 업무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작년 여름 휴가 때는 큰맘 먹고 아내와 함께 유럽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지만 빡빡한 일정 때문에 가이드의 깃발만 쫓아다닌 기억밖에 없다. 노동하듯 관광을 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봤지만 결국 심신은 지쳐서 돌아왔다.

“이건 휴가를 다녀온 것도, 업무를 계속한 것도 아녀.” 요즘 인기 있는 KBS ‘개그콘서트’의 ‘같기도’ 코너의 유행어가 김 과장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준다.
그래서 김 과장은 올 여름 휴가는 일상에서의 완벽한 탈출과 휴식을 꿈꾸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신문 광고를 뒤적이다가 그의 눈에 띈 것은 크루즈 여행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자고 싶은 대로 자고 쉬고 싶은 대로 쉬면서도 원하면 관광까지 겸할 수 있는 여행 말이야.’



그래서 김 과장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서울 중구 순화동의 크루즈 인터내셔널 사무실을 찾았다. 이곳의 유인태 대표는 “한국도 이제 크루즈 여행에 서서히 눈을 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한국의 70대 노부부가 108박109일짜리 세계여행 크루즈까지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과장의 귀가 번쩍 띄었다. “108박109일짜리 세계여행 크루즈라고요?”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김 과장도 이렇게 엄청난 크루즈 상품이 있는 줄은 몰랐다. 대학시절부터 배낭여행, 기차여행, 패키지여행 등 나름대로 세계를 누볐다고 자부하며 살아왔지만, 그야말로 뉴스였다. 이제 김 과장에게는 새로운 여행 목표가 생겼다. 경제적·시간적 여건상 당장 108박109일짜리 크루즈를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인생의 소중한 여행 목표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우선 이번 여름 휴가 때에는 간단한 크루즈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휴대폰마저 터지지 않는 곳에서 먹고 놀고 자고 싶기 때문에 말이다.

사실 108박109일 코스는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출발지가 미국이고 1인당 5만8000~7만2000달러 정도다. 여기에 항공료와 기항지 관광의 가격이 포함되면 우리 돈으로 6500만~8000만원 정도 들게 된다. 선진국에서도 이용객의 주 연령층은 50대 후반에서 70대의 부유한 노부부들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상담을 하고 돌아온 김 과장은 하루 종일 크루즈 생각에 빠졌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북쪽은 휴전선으로 막혀 일종의 섬이다. 해외로 나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래서인지 나도 해외 여행이라고 하면 우선 비행기 여행부터 떠올렸다. 하지만 해상국가의 전통이 있는 한국에서도 곧 크루즈 여행이 대중적 여행방법이 될 수 있을 거야.’

이처럼 크루즈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김 과장만이 아니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해외 여행이 잦아지면서 적지 않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새로운 여행지와 여행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한국인 크루즈 여행객은 5500여명으로 전년 대비 20%나 늘어났고, 올해도 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여행업계는 추정한다. 이는 세계시장도 마찬가지다. 세계 크루즈 시장도 매년 10% 정도 성장하고 있고 작년에는 1380만명이 크루즈를 탔다.

크루즈 시장을 개척하려는 여행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해외 크루즈 여행사로는 카니발크루즈·실버시·크리스탈·리젠트·더월드·로얄캐리비안&셀리브리티·프린세스크루즈·홀랜드아메리카(이상 미국), 코스타크루즈(이탈리아), 스타크루즈(말레이시아), 오리엔트익스프레스(영국), 피터데일만(독일)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카니발크루즈가 세계 최대 규모이다. 카니발크루즈는 카니발 코퍼레이션을 만들어 프린세스크루즈, 코스타크루즈, 홀랜드아메리카 등까지 가지고 있어 크루즈업계에서 60% 이상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여행사 중에서는 롯데관광이 작년 4월 업계 최초로 크루즈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이어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도 크루즈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4월 현재 크루즈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여행사는 7~8곳으로 군소 여행사까지 합치면 10여곳이 넘는다. 따라서 국제 크루즈선사들도 한국을 포함한 극동아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탈리아 선사 코스타 크루즈는 작년 7월 대형 선사 최초로 한국에 기항했다. 7만8000톤급 코스타 알레그라호가 투입됐고, 상하이~제주~나가사키를 잇는 한·중·일 5박6일 노선이었다.

로얄캐리비안사도 내년 3월부터 부산, 제주를 거쳐 상하이와 후쿠오카를 잇는 한·중·일 정규노선을 운영할 예정이다.

크루즈 여행객의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크루즈 인터내셔널 이현주 과장은 “아직까지는 50~70대가 60% 정도로 가장 많지만 40대 전문직 종사자와 자영업자, 신혼여행객 등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 이용 연령층이 다양화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물론 아직은 크루즈를 타고 나가는 여행객보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더 많다. 정부는 2006년 기준으로 연간 67척, 3만3993명인 외국 크루즈선 기항 횟수와 관광객수를 2011년까지 120척, 6만명으로 늘리기 위해 2020년까지 크루즈선 전용부두를 기존 부산항 외에 제주항, 인천항, 평택항, 여수항, 목포항 등 전국 6개 항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템플스테이, 다도 체험, 도자기 체험 등 한국 전통 문화 콘텐츠를 담은 크루즈 전용관광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크루즈 노선은 지중해 지역과 아시아 지역이다. 카니발크루즈, 코스타크루즈 등이 10일 정도의 일정으로 항공료를 포함해서 400만~500만원대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100만원 내외로 가격 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독특한 크루즈 코스로는 중동코스(두바이~오만~바레인), 남극코스(내년에 출발할 계획으로 올해 5월부터 상품을 판매한다) 등이 있다.



그렇다면 크루즈 여행이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 먼저 김 과장의 생각처럼 여행 자체가 휴양이며, 휴식이다. 이 같은 장점은 크루즈가 호텔 겸 교통수단이라는 데에도 있다. 낮에는 기항지에 내려 관광을 하고, 밤에는 배로 돌아가 잠을 잔다. 이튿날 눈을 뜨면 또 다른 관광지에 도착해 있다. 야간에 이동이기 때문에 그만큼 휴식을 취하거나 관광을 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일정에 바쁘게 짐을 쌌다 풀었다 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여행이 주는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다.

객실은 1인용, 2인용, 3인용, 4인용 등 네 가지 형태가 일반적이다. 객실의 유형은 스위트, 발코니가 달린 객실, 인사이드 룸, 아웃사이드 룸 등으로 구분된다.
수차례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이선희씨는 “마음껏 늦잠을 자도 되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다.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함을 느꼈고,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조깅을 하는 것도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비행기나 자동차로 연결하기 어려운 지역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도 크루즈의 장점이다.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알래스카 크루즈의 경우 주요 기항지인 주노, 싯카, 아이시스트레이트포인트 등은 배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또 지중해 지역의 경우 배로는 10일이면 충분하지만 비행기와 자동차로 여행하려면 2주 이상을 잡아야 한다.

알래스카, 북유럽 등으로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고 올해는 지중해 크루즈 여행 계획을 세웠다는 기업인 김영철씨는 “일반 여행에서 접하기 힘든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경치가 너무 좋아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알래스카 코스는 두 번이나 다녀왔다”고 말했다.

선내 엔터테인먼트도 매력적이다. 크루즈에는 야외 수영장, 카지노, 스파, 헬스장, 조깅트랙, 나이트클럽, 골프 코스, 면세점 등은 물론 10만톤 이상의 대형 선박의 경우 아이스링크, 암벽등반 시설까지 구비돼 있다. 극장, 나이트클럽 등에서는 매일 밤 다양한 쇼가 펼쳐진다. 이때 다양한 사람들과 사교도 할 수 있다. 혼자서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박정민씨는 “그냥 홀로 있는 것보다 주변의 여행객들과 시원한 갑판에서 맥주를 한 잔 하거나 나이트클럽에서 함께 춤을 출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크루즈 여행 중 식사는 하루 4~6번 정도 나온다. 당연히 룸서비스도 가능하다. 식사와 무알코올 음료값은 크루즈 여행비에 모두 포함돼 있다. 식사와 엔터테인먼트 정보는 매일 저녁 선실로 배달되는 안내 신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선내의 엔터테인먼트는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다. 기업인 유종호씨는 “코스타크루즈의 경우 18세 미만의 어린이 2명은 무료로 부모와 동행할 수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는데 아이들이 또 가자고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크루즈로는 다양한 테마여행도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테마에 따라 골프, 와인, 음악, 요리 등 다양한 주제의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물론 크루즈 여행에도 단점은 있다. 먼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평을 받는다. 그리고 선내 프로그램이 주로 영어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항지 체류 기간이 짧아 충분히 관광할 수 없거나 관광지가 항구 주변에만 몰려 있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또 아직까지는 한국인이 비행기를 타고 1차 목적지로 가서 다시 배를 타야 한다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선내 생활에 있어서는 배멀미가 걱정되거나 과식으로 인해 체중 증가가 발생할 수도 있다.

주부 최정미씨는 “날씨를 예측할 수 없고 배가 많이 흔들려서 멀미가 심했다. 또 일정은 긴데 기항지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서 단조롭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크루즈는 누가 만들까? 현재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핀란드,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 프랑스의 아틀란틱, 독일의 마이어, 핀란드의 크베너 등이 ‘빅4’를 이룬다. 그 뒤를 미국의 인걸스, 일본의 미쓰비시가 따르고 있다. 2006년까지 세계 크루즈의 공급량은 261척이고 침대 수는 31만3985개이며 수용능력은 1437만2824명이다.
한국에서는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에서 해외 수주를 받아 만들고 있다. ▒


/ 서일호 기자 ihseo@chosun.com 성연호 인턴기자

출처 : 말씀과불의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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